[사설] 귀족 마케팅 확산과 소비 양극화
애완견 용품을 납품해온 한 업자는 최근 중저가에서 고가품 위주로 전략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저가 수요가 급감했을 뿐 아니라 땅값·인건비·재료비는 뛰는데도 납품가 인하 압력은 날로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공장의 일자리를 줄이고 소량의 값비싼 제품을 납품하는 ‘귀족 마케팅’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지갑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상위 1~5%의 부유층을 겨냥한 귀족 마케팅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상류층을 뜻하는 VIP(very important person)로도 모자라 업계는 ‘VIP 중의 VIP’인 ‘VVIP’를 잡기 위해 사활적 경쟁에 나섰다는 보도다. 상위 1% 상류층의 소비가 크게는 일반 고객 수천명의 그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뿐더러, 부유층이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부에 걸맞은 소비를 못했다는 점에서 귀족 마케팅은 보다 더 세련될 필요가 충분하다.
귀족 마케팅 자체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상류층이 명품을 만지작거리는 장면과 우리 경제의 허리를 건실하게 지탱해온 중산층이 생필품에조차도 지갑을 열기 꺼리는 현실을 겹쳐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작금의 소비부진의 요체는 중산층의 하향 양극화에 있다. 빈곤층은 6백만명을 헤아린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지갑이 닫히고, 생산과 유통 기반이 와해되면서 설비투자도 일자리도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정부는 부유층의 소비촉진을 위해 부족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예전의 중산층이 어떻게 무너지고 얼마나 어려운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붕괴되는 중산층과 한숨만 쉬는 중소기업을 부축하지 않는다면 당장의 침체를 넘기더라도 ‘그 이후’는 막막해진다. 부자들의 지갑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 by 네식구 | 2005/07/22 0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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